한・중・일 도자교류전
2023-2024 동아시아도자워크숍 결과전
〈금바다(金海), 아시아를 두드리다 Gimhae, the sea of gold knocks on Asia〉
Korea-China-Japan Ceramic Exhibition
Final Report of 2023-2024 International Interchange Workshop for Ceramic Culture and Arts in East Asian Culture City
- 전시일정: 2024. 5. 17. (금) ~ 2025. 1. 30. (목) ※기존 11. 10. (일)에서 2025. 1. 30. (목)으로 연장되었습니다.
- 장 소: 큐빅하우스 전관(갤러리4~6)
- 참여작가: 총 14명
1. 평온 平穩 Peace : 강길순(한국/김해), 이용무(한국/김해), 장링윈(张凌云 LingYun Zhang/중국 징더전), 주나야(竺娜亚 Zhu Naya/중국 사오싱), 마리코 오쿠보(大久保 真理子/일본 교토)
2. 조화 調和 Harmony : 임용택(한국/김해), 취징(曲晶 Qujing/중국 다롄), 츠리 미츠오(釣光穂 Mitsuho Tsuri/일본 이시가와현), 쿠니토(クニト Kunito/일본 가나자와,나라)
3. 동 動 과 정 靜 Movements : 강효용(한국/김해), 주은정(한국/김해), 가오이펑(高艺峰 Gao Yifeng/중국 원저우), 하이잉후(银杏叶 Haiying Hu/중국 칭다오), 유리 후쿠오카(福岡佑梨 Yuri Fukuoka/일본 교토)
- 전시서문
《금바다(金海), 아시아를 두드리다》 Gimhae, the sea of gold knocks on Asia
홍희주(큐레이터)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은 김해시의 2024년 동아시아문화도시 선정을 기념하여 2023년 10월부터 11월까지, 2024년 3월부터 5월까지 각각 한중일 도자문화예술 국제교류워크숍을 개최했다. 한·중·일 역대 동아시아문화도시 및 유네스코창의도시네트워크(공예와 민속예술 분야) 선정도시의 도예가 총 14명이 미술관 레지던시에서 상주하며 각자 출신 지역의 도자 문화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워크숍을 통해 작품을 제작했고, 그 결과물을 《금바다(金海), 아시아를 두드리다》 展을 통해 선보인다.
다채로운 문화교류와 융합, 도시가 가진 문화적 자산과 창의력에 기초한 문화산업 육성, 도시 간 협력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발전을 장려함으로써 문화다양성을 증진하고, 나아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진행한 이번 워크숍은 ‘도자’를 매개로 각국 참여 작가의 출신 도시 문화에 대한 이해, 재료와 기법에 대한 교류가 이루어졌고, 이는 모두에게 새로운 영감과 성장의 발판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는 이와 같은 교류의 결과물인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동아시아의 ‘미의식’에 따라 설치되었고, 1. 평온 平穩 Peace : 강길순, 이용무, 장링윈, 주나야, 마리코 오쿠보 → 2. 조화 調和 Harmony : 임용택, 취징, 츠리 미츠오, 쿠니토 → 3. 동(動)과 정(靜) Movements : 강효용, 주은정, 가오이펑, 후하이잉, 유리 후쿠오카 순으로 관람할 수 있다.
오늘날 세계는 아름다움을 둘러싸고 전쟁을 치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미적 가치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세련된 미의식이 그 나라의 국격을 상징하고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을 만큼 문화라는 무형의 가치는 주요한 쟁점이며,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교류를 통한 자각과 성장이 꼭 필요하다.
한·중·일 삼국은 지금까지 정치 체제나 경제 구조면에서 상당한 거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나라는 공동으로 한자 문화권의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또한 예로부터 유교·불교·도교사상, 음양오행 등 문화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발전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문화를 꽃피워 온 것으로 풍속화, 의복, 정원, 전통 무용 등 여러 가지가 논의될 수 있겠지만, 그중 도자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삼국 모두 도자기와 관련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중국의 경우 한나라 회도부터 치면 2,000년, 4세기 월주요의 초기 청자부터 헤아리면 1,600년이 된다. 우리나라도 원삼국시대 도기부터 보면 2,000년, 고려청자부터 헤아리면 1,000년의 도자기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1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자기를 생산하면서 동양도자사에 합류했지만 그 이전에 죠몬토기라는 훌륭한 토기 문화가 있었고, 가야도기를 이어받은 스에키 토기부터 치면 1,500년 도기의 역사가 있다.
미(美)란 모든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신적 가치이지만, 시대·민족·환경에 따라 각기 상이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특수성을 갖는다. 고유섭(1905~1944)은 한국미의 특질을 간소미와 소박미, 다시 말해 자연성, 자연스러움의 미학이라고 보았다.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 1889-1961)는 한중일 동양 3국 도자기의 민족적 특징에 대해 조형의 3요소 선, 색, 형태 중 중국은 형태미가 강하고, 일본은 색채가 밝고, 한국은 선이 아름답다고 했다. 중국 도자기의 형태미는 완벽함을 보여주고, 일본 도자기의 색채미는 깔끔함을 추구하는데 한국 도자기의 선은 부드러운 곡선미를 자랑한다고 했다.
이렇듯 3국의 미의식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지만, 그 근저에는 몇몇 공통적이고 지속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도(道)’와 ‘심경(心境)’이 바로 그것인데, 궁극적으로 인간의 모든 영위는 대자연에 귀속되는 것인 만큼 항상 자연에 순종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태도이다. 또, 조형을 비롯한 예술 창작을 ‘마음’의 문제로 파악하고 그것을 마음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즉, 심경(心境)의 예술 또는 정신의 예술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그러므로 동양의 미적 사상은 기계·기술 시대의 가치관으로 인해 초래된 인간성의 파괴와 상실, 생산과 발전으로 파생된 자연 훼손에 대해 참된 인간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도록 의도한다.
한·중·일 삼국은 문화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동양의 훌륭한 심미 문화를 교류를 통해 지속적으로 가꾸어나가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다채로운 문화교류와 융합, 도시 간 협력을 통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발전으로써 문화다양성 증진, 나아가 각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 촉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예술품이라도 세상이 이를 알아보지 못하면 묻혀버리고 만다.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지만 각자 다른 뿌리를 지닌 작가들의 다양성을 통해 관람객 개개인의 독자적인 안목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1. 평온 平穩 Peace
마음이 조용하고 평안한 상태. 특히 그 어떤 외부의 상황에도 동요하거나 얽매이지 않고 평온함을 느낄 때, 우리는 외부 세계로부터 자유로움을 얻고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나(작가) 자신이 평온의 상태일 때 타인도 편안하게 만들 수 있으며, 정감 있고 친근한 정취를 조성할 수 있다. 부드럽지만 절제의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는 작품들은 작가의 깨달음에서 오는 온화한 아름다움이다.
2. 조화 調和 Harmony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 억압과 피억압의 경계, 고급함과 저급함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이질적인 것들이 뒤섞이면서 이질성은 퇴각하고 진정한 화합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항상 자연과 인간(주체와 객체)을 분리 불가한 것으로 생각한 문화적 산물에는 감성과 이성이 상호 융합되어 왔다는 점에서 ‘조화’는 한중일 공통의 미의식에 기반을 둔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상반된 개념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느낌과 같이 스며든다. ’통일‘이나 ’동질화‘보다는 각각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상태이다. ‘외부 세계’와 ‘나’의 어우러짐,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의 연결과 같이 감성과 이성의 융합을 발견할 수 있다.
3. 동(動)과 정(靜) Movements
한중일 미의식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은 바깥을 향해 분산해 가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 향해 통일시켜 가는 소박함이다. 또 그것은 인간의 마음을 시끄럽게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깊이, 근원적인 고요함으로 인간의 마음을 향하게 한다. 더욱이 그 근원적인 고요함은 단순한 고요함이 아니라 모든 운동을 내부에 포함한 ‘동중정(動中靜)’이다.
기(氣)의 운행, 시간의 운동, 쉼 없이 흐르는 물을 보고 깨닫는 것이 바로 시간과 생명을 체득하여 진실로 이해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영원함을 지향하지 않고 변천과 변화 속에 방문한 고양의 한때를 존중하는 미의식을 엿볼 수 있다. 세계를 경물(景物)로 구성해서 체험하기 보다는, 감도는 분위기를 느끼고 경물의 기운을 통해 세계를 맛보는 경험의 방식이다. 사물 상태 속의 대상적 측면보다도 분위기적인 측면에 주목하고, 시각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촉각적인 감성에 가까운 것으로 실제로는 기상이나 시기, 향기 등 그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다.